《신문과방송》은 지난 10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분야별 전문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어려운 언론 환경에서도 한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전문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 언론이 거의 비슷한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에서 한국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대응 전략이 단순 클릭 경쟁으로 흐른 탓이다. 각박한 언론 환경 속에서 뉴스에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는 기자들이 있다면, 오랫동안 한 분야를 취재해 온 전문기자들일 것이다.
지난 10월 8일, 《신문과방송》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문기자 제도의 현재와 미래-저널리스트의 새 역할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겸 논설위원(국장), 김태훈 SBS 보도본부 국방 전문기자, 고은경 한국일보 사회정책부 동물복지 전문기자, 서영민 KBS 보도본부 시사제작국 <시사기획 창> 기자가 참석했으며 사회는 류현정 조선비즈 콘텐츠 전략팀장이 맡았다.
류현정 이슈의 최전선에서 활약하시는 전문기자들의 통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기자가 된 결정적인 계기를 포함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신성식 1990년 입사했다. 중앙경제신문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2000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를 담당해 복지 분야를 취재한 지 25년이 된다. 복지 분야 전문기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2005년 즈음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기자에게 미래 상품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예상대로 가고 있다. 2009년 복지 선임 기자가 되었고 6년 후 2015년 전문기자 타이틀을 얻었다.
김태훈 한국일보를 거쳐 2003년부터 SBS에서 일하고 있다. 2017년 SBS에 전문기자 제도가 생겼고 그때 국방 전문기자가 되었다. 국장이 전공을 찾으라고 권유한 게 계기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복지 전문기자에 더 관심이 많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 관련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 출입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전에 국방부를 출입한 경험을 살려 국방 전문기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친김에 대학원에 들어가 2021년 박사학위(정치학)도 받았다. 당시 SBS 전문기자 4명 중 나를 제외한 기자들이 모두 박사였기 때문이다.
고은경 2003년 파이낸셜뉴스에 입사해 2010년 한국일보로 이직했다. 경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다 이직한 이후에는 국제, 문화, 정책 등을 거쳤다. 동물 기사를 처음 쓰게 된 건 2015년 회사가 디지털(온라인)용 기사를 장려하며 만든 동물전문팀 ‘동그람이’에 합류하면서다. 이후 2020년 1인랩인 애니로그랩을 만들어 동물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뤘고 이러한 경험이 전문기자로 가는 발판이 되었다. 한국일보는 종합일간지 중 동물 전문기자가 있는 유일한 매체다.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해 준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서영민 2007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경제 전문기자를 꿈꿨는데, 2019년 그 기회가 왔다. KBS가 예비 전문기자 제도를 부활시키면서 거시 경제 담당 예비 전문기자로 선발된 것이다. 사실 이 분야 지원자는 내가 유일해 당시엔 이게 행운인 줄 몰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독보적인 기사를 쓰기 위한
전문기자만의 노력과 보람
류현정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사는. 내가 아니었다면 쓰지 못했다고 자부하는 기사가 있나.
신성식 김민기 전 학전 대표의 죽음을 다룬 기사, <조의금도, 연명의료도 거부…‘아침이슬’처럼 덤덤히 떠난 김민기>를 꼽겠다. 김민기는 스스로를 ‘가수·배우 뒤에 선 뒷것’으로 평가했는데, 죽을 때 조의금도, 조화도, 연명의료도 멀리했다. 나는 존엄사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내 박사 학위(보건학) 논문도 존엄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김민기의 죽음도 그 관점에서 보이더라. 올해 3년 만에 전공의 파업이 시작됐다. 전공의 의료 파업으로도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거의 마
비됐다. 왜 그럴까.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으로 전체 의사의 46.2%를 차지한다.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10.2% 수준이더라.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공의 의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김태훈 최근 독일 방산업체 딜디펜스(Diehl Defence)가 북한 해커의 공격을 받았다. 독일 유력 매체 ZDF가 이를 보도했는데, 유럽의 한국 특파원들이나 한국의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도 그 정보를 챙기지 않고 있었다. 딜디펜스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회사다.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KF-21과 FA-50의 공대공 미사일 정보가 북한 손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소식을 3일간 집중 분석, 보도했다.
고은경 37억 원을 들여 만든 강서습지생태공원 내에 생태 통로가 수년째 막혀 있었다. 50통 넘게 전화를 돌려 알아본 결과, 담당 공무원들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중보도 후 생태 통로가 개방됐다. 2년 전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류되었을 때 준비되지 않은 방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방류 직후부터 비봉이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이건 ‘방류 실패’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기사는 국가유산청 등 정부 기관이나 동물단체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나는 개체 수가 적은 동물을 위해 다른 동물들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와 연구·자료에 기반하지 않은 대책,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 등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서영민 2021년에 <호떡집 줄이 2배 길어지면 기다림은 6배 된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기사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기 위해 온라인에서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한 결과였다. 그 기사를 계기로 경제 관련 책도 한 권 집필하게 되었다. 삼성 관련 기사에서도 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짚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올해 초 <삼성, 잃어버린 10년 : 코리안 칩 히스토리>라는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다.
류현정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소개한다면.
신성식 별다른 비법은 없다.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고, 복지부 서비스 스크랩과 보도자료를 거의 다 확인한다. 심포지움이나 세미나 발제문도 읽는다. 통화도 자주 하고 점심이나 저녁 자리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전문기자로서 내 원칙은 ‘엉터리 기사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대 6의 법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즉, 10을 취재하면 그중 6만 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린다. 예를 들어, 10명과 인터뷰를 하더라도 5~6명의 멘트만 사용한다. 많은 취재, 많은 통계 자료, 많은 통화, 그리고 현장 방문이 필수다. 솔직히 나이가 들면 체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전문기자는 10년 차 정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영민 방송에서는 보통 1년 이상 같은 출입처에 나가지 않는다. 나는 예비 전문기자가 되면서 2년 넘게 같은 출입처에 머물 수 있었다. 덕분에 기획재정부나 통계청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꾸준히 확인하고 외신을 많이 보면서 국제적 맥락 속에서 경제 현상을 파악하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여러 책을 읽으면서 통찰을 얻을 때가 많았다. 일주일 또는 보름을 주기로 깊이 있고 긴 기사를 하나 쓰는 것, 독자 피드백을 반영해 소구력 있는 구성으로 기사를 작성하려고 매번 노력한 것이 루틴이라면 루틴이었다. 현재 <시사기획 창>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 정기적으로 기사를 쓰지는 못하고 있다.
고은경 동물 관련된 뉴스뿐 아니라 논문, 책, 영화 등을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시도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주어진 자료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다각도로 분석하고, 하나의 이슈를 한 번의 기사로 끝내지 않고 계속 후속 취재를 하려고 노력한다.
류현정 전문기자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김태훈 청해부대가 해외 작전 중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겪었을 때다. 당시 함정 전체가 감염되면서 군에 대한 비난과 사과가 이어졌지만, 나는 이 사건을 실패로 보지 않고 감염된 장병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후송해 온 과정 자체가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장병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고 당당히 돌아오라는 내용의 기사도 썼다. 그 기사는 장병들의 가족에게도 전달됐다. 비슷한 시기 영국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에서도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지만, 영국에서는 사과나 비난 없이 이를 군의 훈련과 대응의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군은 언제 어디서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 자체로 훈련이 될 수 있다. 퇴각도 하나의 성공적인 작전이다.
고은경 인도네시아의 체험 동물원으로 팔려갈 뻔한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광복과 관순의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시민단체들의 성명 및 반대 활동으로 이어지며 결국 침팬지들의 반출이 철회됐다. 그동안 동물 관련 뉴스는 귀엽거나 불쌍한 모습, 혹은 ‘개팔자 상팔자’라며 희화화된 사례가 많았다. 종합일간지에서 동물 복지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비록 동물들의 목소리를 100%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서영민 회사에서 누구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며 기사를 작성하게 된 것이 내 기자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독자의 피드백을 받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기자로서의 보람을 찾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다가 기사를 끄적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바로 완성하지 못한 기사라 할지라도 나중에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다시 꺼내어 쓰면 매우 시의적절한 글이 되는 경험도 했다.
제도 운영은 사별로 달라,
수익 창출 가능성 지속 탐색중
류현정 각 사의 전문기자 제도가 궁금하다.
고은경 한국일보에는 IT, 의학, 영화, 과학, 동물복지 전문기자가 각 1명씩 있다. 한국일보는 전문기자를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관점을 바탕으로 한국일보 콘텐츠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자’로 정의한다. 또 일반 기자와 동일한 승진 제도 아래서 평가 받는다.
김태훈 SBS에서는 의학, 기상, 북한, 국방 등 4개 분야에서 전문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출입처 경험, 취재 실적, 방송 능력, 석·박사 학위, 전공, 자격증, 저서, 사내·외 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기자로 선발됐다. SBS는 예비 전문기자 제도도 공식적으로 도입해 7년 차 이상의 기자 중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취재를 희망하는 기자를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 보건, 법조, 북한 분야 1명씩 총 4명의 예비 전문기자가 선발됐다. 이들에게는 국내 대학원 등 각종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우선권을 부여한다. 경영진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기자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크다.
신성식 중앙일보는 1994년 가장 먼저 전문기자 제도를 도입한 신문사다. 당시 각 분야의 박사학위 소유자나 석학 15명을 전문기자로 뽑았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전문기자 비중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서영민 사내에서 일부는 전문기자 제도를 선호하고 다른 일부는 이런 제도가 방송에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기자 제도의 지속 여부는 다소 불확실한 상황이다.
류현정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느끼는 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승진 문제나 출입처 중복 등 한국 언론 환경에서 전문기자로서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신성식 그 분야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이슈가 생기면 내용을 금방 파악하고 기사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좀 더 깊이 있고,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와 1대 1 토론이 가능할 정도의 내공이 쌓이는 것도 전문기자만의 장점이라고 본다. 다만 한 분야를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소위 ‘그게 그거’처럼 보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고은경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시대이다 보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을 검증하고 분석하는 전문기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기자는 사건의 전후 맥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취재원들과 적정한 거리 유지가 어려울 때가 있다는 점, 오래 취재하다보면 신선한 시각으로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이 무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취재 백업 인력이 없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휴일에도 근무해야 한다. 사내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지방자치단체의 동물 축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주로 쓰지만, 지역 담당 기자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축제를 보도한다. 각자의 출입처와 시각이 다를 수 있기에 따로 이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는다.
김태훈 전문기자로서 승진이나 출입처 중복 등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이 길을 선택했다. 물론 국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문기자임에도 취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서 기자들이 공식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기자실, 화장실, 대변인실 정도다. 처음에는 국회 보좌관들과 국방 전문위원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지만, 국방부에서는 그런 방식으로도 취재가 크게 편해지지 않았다. 젊은 세대 기자일수록 국방부 출입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출입처 중복 문제를 고민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서영민 개인적인 견해로는, 전문기자 제도는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한 기자를 특정 출입처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내버려 두면, 그 기자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성과를 낸다. 이는 금전적인 보상이나 명예 등과는 무관하다.
류현정 요즘 언론사 환경이 녹록지 않다. ‘언론사도 매출이 우선이다’라는 시각이 있는데.
김태훈 밀리터리 관련 유튜브는 조회수가 잘 나온다. SBS 유튜브 “교양이를 부탁해”에 2편의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 약 300만 회에 구독자 수 5,000명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보통 100만 조회수에 구독자가 200명 정도 증가하는 데 결과가 꽤 좋았다. 최근엔 한국 방산업체들이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 제작을 제안하기도 한다.
고은경 네이버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동물 콘텐츠의 수익화 가능성을 탐색한 경험이 있다. 또 올해 서울시와 함께 ‘제1회 동물가족행복페스타’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탰다. 다른 부서에서 행사를 총괄했지만, 나는 행사에 참석한 동물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기사도 작성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에는 싯포라는 반려동물 전문 매체가 있다. 싯포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목표로 독립적인 사이트를 운영하며 동물병원 정보 제공, 토론회, 강연, 유기 동물 사진전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수익 구조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병원과 기업 정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신성식 유료 구독자(중앙플러스)용 기사도 매주 작성하고 있다. 특히 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기사가 잘 팔린다. 건강보험, 사회보험, 그리고 노후 생활에 대한 내용도 재테크와 노후 건강을 고려하는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서영민 이제 TV는 주로 고령자들이 시청하는 매체가 됐다. 온라인 경제 기사는 KBS가 지상파 방송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30~50대 지식 수요층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언론의 문제들, 전문기자가 대안될 수 있어
류현정 《신문과방송》의 외신 간담회 기사를 읽어보니, 외신들이 한국 언론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더라. 외신들은 ‘정부의 책임부터 물으려 한다’, ‘기사가 천편일률적이다’, ‘기자 당 기사 작성 건수가 너무 많다’ 등을 한국 언론의 특성으로 꼽았다.
서영민 최근 도널드 트럼프와 카말라 해리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의 첫 토론회가 끝난 직후 포털 뉴스에 한국 언론사들이 일제히 <트럼프 vs. 해리스, 누가 토론에서 더 잘했나>같은 표피적인 제목을 걸어두고 CNN의 조사 결과를 반복적으로 인용했다. 같은 시간에 외신들을 살펴보니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들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기사를 다루고 있었고 승패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는 거의 없었다.
신성식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는 뉴스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뉴스를 소비하는 포털 회사, 모두에서 발생한다. 요즘 대부분의 뉴스가 포털을 통해 소비되는데, 주로 가벼운 기사들이 많이 읽히고 무게감 있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덜 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는 중요한 이슈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그 역할을 전문기자가 맡아야 한다는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뉴스 소비 현장에서는 깊이 있는 분석 기사나 전망 기사가 잘 팔리지 않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전문기자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종의 딜레마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고은경 동물 뉴스가 인기 있을 것 같지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 클릭이 잘 나오지 않는다. 반면, 동물 학대나 귀여운 동물 같은 내용은 클릭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반려동물 기사는 조회 수가 많지만, 야생동물이나 농장동물에 관한 기획 기사는 잘 보지 않는다.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늘 고민이다. 해외에는 네이처, 사이언스, 스미소니언 같은 전통적인 과학 매체들이 있다. 또한 해당 매체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기고 형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식과 의견을 전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서영민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회사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 가십, 낚시성 기사들이 인기 기사나 많이 클릭된 기사의 주를 이루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낀다. 네이버 메인에서 가장 클릭을 많이 얻는 언론사들은 주로 외국인 관련 가십 기사와 사진을 반복적으로 올리며, 비슷한 기사를 번갈아가며 싣는 곳이다. 로이터 저널리즘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 독자들의 언론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 독자들이 품질 높은 뉴스를 각 뉴스 사이트에서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전문기자 제도와도 직결된 문제다.
류현정 한국 언론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할 일, 전문기자들이 해야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신성식 전문기자 클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클럽을 통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자들과 좋은 기사들을 널리 알릴 수 있다. 또 중요한 선거나 정책 관련 이벤트에서 전문기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을 전문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질의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저널리즘클럽Q’라는 젊은 기자들의 스터디 모임에서 강의를 했다. 내가 쓴 기사를 보고 기자가 되었다는 말에 보람도 느꼈다. 기자가 예전만큼 금전적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좋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는 젊은 기자들이 있다. 선배 기자들은 후배 기자들이 10년 차가 되었을 때 전문기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고은경 전문기자 제도는 오랫동안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언론사마다 전문기자를 부여하는 기준도 다르다. 미디어 환경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 관련 협회 차원에서 전문기자 기준이나 윤리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류현정 마지막으로 후배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신문과방송》의 언론상담소 코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후배 기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신성식 10년 차까지는 어떤 분야를 취재해도 좋다. 다만, 5년~10년 차 사이에 많은 기사를 써야 한다. 또 영어와 일본어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잘하지 못하지만, 전문기자가 되려면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하고 세계적인 뉴스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글로벌 이슈 메이커들과 언제든지 직접 인터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보험, 노후 생활 같은 주제를 다루려면 일본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일본은 10년 앞에 가는 한국의 교과서다. 일본어를 알면 일본의 정치, 보건복지, 경제 분야 전문가들과도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고 이와 관련된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김태훈 쉬운 취재보다 어려운 취재에 도전하는 것을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매일 쏟아지는 발표와 기관·유력인물의 SNS 등을 기사화해서 단순 전달하는 데 매몰되지 말고, 나만의 취재로 나만의 기사를 쓰는 것을 기자의 제1과제라고 여기기를 바란다. 기사의 플랫폼도 지면 또는 메인 뉴스에서 탈피해 인터넷, 유튜브로 확대한다면 금상첨화겠다. 기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쌓이는 업무량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엣지 있는 기사를 써야만 나의 가치가 높아진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실추된 기자 직업군 전체의 가치도 제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상한 얘기지만 기자는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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