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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시장’의 미디어 산업, 경쟁과 수익감소 속 생존 전략은
경제학으로 본 미디어 산업 현황

등록일 : 2024-09-06

방송 산업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과 더불어 2023년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처음으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1) 2023년 유료방송 가입자 수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2) 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과 더불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방송 미디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는지 경제학계의 논의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학에서 미디어 산업의 특성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간단히 플랫폼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온라인 쇼핑몰이나 배달 플랫폼 등)이 좋은 사례다. 양면시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는 플랫폼을 통해 서로 연결되며 플랫폼은 중개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플랫폼 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동력은 간접네트워크 효과(indirect network effect)다. 이는 거래 중개자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판매자의 규모가 서로의 효용과 이윤을 증대시키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양한 판매 상품이 제공될수록 해당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고,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쇼핑몰에 입점하는 판매자의 기대 이윤이 높아지는 효과를 의미한다. 

 

양면시장 이론의 핵심은 플랫폼이 양측에서 받는 수수료를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의 경우,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할인쿠폰을 제공해 참여를 확대하고, 음식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윤을 얻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지상파 방송사도 한쪽에 시청자가 존재하고 반대편에는 광고주가 존재하는 플랫폼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방송사 모형의 특이한 점은 광고량이 증가하면 시청자에게 불편을 주는 음(-)의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무료로(혹은 저렴하게)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서 이윤을 얻는다. 광고주는 시청자 수(혹은 시청률)가 증가할수록 높은 광고비를 지불할 유인을 갖는다. 따라서 방송사는 가능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의 사업 모델에 대해 관심 중개자(attention intermediaries)라는 용어가 제안되기도 했다.4) 방송사는 시청자의 관심 혹은 주목(attention)을 광고주에게 유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비단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뿐만 아니라 검색엔진과 SNS와 같은 인터넷 미디어들도 모두 관심 중개자로서 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이때, 관심은 제한적 자원(limited resource)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광고 시장과 방송상품 시장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고 시장의 경우 대체로 경제 규모의 일정한 비율을 갖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한국의 경우 GDP의 약 0.7%). 즉 광고 시장은 한정돼 있고, 미디어들은 관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나눠 갖는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구글, 네이버,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의 광고 수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방송광고 규모를 이미 추월한 지 오래다. 방송상품 시장에서도 관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용자는 여가 시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지상파 방송사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는 OTT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 중개자(digital intermediary)에게는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록인(lock-in)5)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의 적용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방송 산업과 신문 산업은 광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시청자와 독자들이 해당 미디어에 제공하는 관심의 총량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유지가 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미디어들은 계속해서 소비자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가 얻게 되는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올림픽 실황중계의 본방 시청률도 매우 낮아 방송사들이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OTT의 경우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 또한 시청자의 관심에 대한 경쟁에서 기존 방송사가 예전과 같은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6)

 

장기적으로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장이 발전해 나가는 방향은 상당히 명확한 편이다. 디지털 기술과 개인화된 디바이스의 발전에 따른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하고 있으며 이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지상파 방송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정의와 이를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여부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의 전략은 공공성 강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공익적 프로그램의 제작과 공급이 OTT 등 여타의 방송 미디어에 비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익적 프로그램은 환경오염이나 공공재의 생산과 마찬가지로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적절한 공급량이 결정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로 공공 부문의 개입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선결돼야 할 중요한 조건이 있다. 정부 개입의 정당성이 입증돼야 하고, 사회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정부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는 수준 높은 저널리즘과 공익성을 갖춘 프로그램 제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1) 김고은, <돈도 저작권도 잃은 방송사… 최악의 순간, 아직 오지도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2024.8.7,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6473

2) 박영훈, <10년래 최악…“결국 터질게 터졌다” 방송 초유의 ‘적자’ 사태>, 헤럴드경제, 2024.8.7.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807050784

3) 플랫폼이 양측 시장에 대한 수수료를 결정하는 기준은 각 시장의 참여자가 가진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기초로 한다(Armstrong, 2006).

4) Martin Peitz(2024), <Digital Attention Intermediaries>, Seoul Journal of Economics, 37(1)

5) 소비자를 경쟁사에 뺏기지 않고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묶어두는 것. 편집자 주

6) 노정동, <개막식 시청률에 ‘충격’…올림픽 끝나자 뒤집어진 방송사들>, 한국경제신문, 2024.8.1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81431246

  • 필자 : 최동욱
  • 소속 :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 직함 : 교수
  • 발행 : 2024-09-06
  • 조회수 : 242
  • 키워드 :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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