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언뜻 유튜브와 거리가 멀 것 같은 60대 이상이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 또한 특이한 사항이다. 대선을 앞두고 유튜브 뉴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유튜브 뉴스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46개국을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는 ‘한국적 특성’이 몇 가지 드러나는데 최근 몇 년간 ‘유튜브를 통한 소비’가 높게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44%로 46개국 평균 29%보다 15%p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높은 것도 한국적 특징이다. 60대 이상 이용자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50%로, 20대(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높은 전반적 추세와 차이가 있다. 한국은 보수 성향 이용자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57%에 달하기도 했다.
정치·사회 현안 뉴스가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때는 ‘선거 국면’이다. 2016년 탄핵 국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사 유튜브’는 2020년 총선 시기 전례 없는 확장세를 보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야 정당 대표와 주요 후보들은 공식 일정에 방송사 출연과 나란히 ‘유튜브 채널 출연’ 사실을 기재했고, 당 행사에 유튜버들이 ‘취재진’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유튜브 뉴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앞둔 유튜브 ‘정치권과 충돌’
총선 국면이었던 2020년 4월, 미디어오늘은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러스의 정치·사회 분야 채널 랭킹 가운데 기성 언론을 제외한 시사 현안 중심의 유튜브 채널 상위 20곳의 구독자 순위를 냈다. 결과는 20곳 중 16곳이 친국민의힘·보수 성향 채널로 나타났다. 당시 유튜브는 보수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은 어떨까. 2021년 11월 15일 같은 방식으로 집계해보니 20곳 중 13곳이 친국민의힘·보수 성향 채널이었고, 7곳이 친민주당·진보 성향 채널로 나타났다. 여전히 보수 유튜브 채널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친민주당·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이 약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선판에 뛰어든 유튜브 채널들은 전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유튜브 시사 콘텐츠가 주로 특정 후보를 ‘홍보’하거나 평론하는 데 치중했다면 현재는 직접적인 취재를 통해 의혹 제기를 하는 채널이 늘었고, 세력을 결집해 정치권과 충돌하는 상황도 전보다 잦아졌다. 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현실 정치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언론 열린공감TV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윤석열 후보의 아내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은 기성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열린공감TV는 적극적으로 의제화해 여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확산시켰다. 열린공감TV가 윤석열 후보의 노부모 자택을 취재하자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막무가내로 찾아와 취재를 빙자한 패륜적 행위를 한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반발한 일도 있다.
진영 내의 충돌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선 이재명과 이낙연 양대 후보로 당심이 갈렸고, 유튜브에서도 대립 구도가 이어졌다. 이낙연 후보에 부정적인 유튜브 채널들이 이낙연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이낙연 후보 캠프는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라는 제목의 8쪽 분량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해당 문건에는 ‘김용민TV’, ‘이동형TV’, ‘새가날아든다(새날)’, ‘이송원TV’, ‘시사타파TV’, ‘열린공감TV’ 등을 언급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독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건이 드러나자 문건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들은 공동 입장을 내고 ‘블랙리스트’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튜브 진영과 충돌이 있다. 11월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온 것인데, 당 내부가 아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야당 지지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이준석 대표 퇴출을 요구하는 상황이 독특하다. ‘진성호방송’, ‘전여옥TV’ 등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이준석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신의한수’ 채널은 이준석 대표를 ‘정치 간첩’으로 규정하며 공격을 유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MBC <뉴스외전>과 인터뷰에서 “유튜브 보고 오는 분들도 있고, 제가 하지도 않은 걸 유튜브를 보고 해명하라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상이 된 편파 과장에 혐오 표현 쏟아내기도
유튜브 속 뉴스 콘텐츠의 문제를 논할 때 ‘가짜뉴스(허위 정보)’라는 비판이 많다. 실제 상위권 채널에서 ‘부정선거’ 등을 단정하는 영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명백한 허위 정보를 쏟아내기보다는 지엽 말단을 부각하거나 근거가 불분명한데도 의혹을 과도하게 제기하는 등 ‘편파 왜곡 콘텐츠’인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92만 구독자를 가진 ‘배승희 변호사’ 채널이 11월 올린 유튜브 영상 제목과 섬네일 속 텍스트를 보면 ‘이재명 조폭설 또 터졌다 무슨일이?’, ‘이재명 부산서 대형사고! 부부 싸움 의심만 커졌다!’ 등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설,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낙상사고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선정적인 이슈에 주목해 의혹을 과장했다. 구독자 155만 명에 달하는 ‘진성호방송’ 역시 ‘김혜경 진료기록 보니… 눈 부위가 2.5cm나?’ 섬네일을 통해 낙상 사고에 의문을 제기했다.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윤석열 후보의 아내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시사 토크 콘텐츠에서 구독자가 ‘듣고 싶은 것’을 과장해 전해주며 조회를 유도하는 점도 특징이다. ‘진성호방송’에선 섬네일을 통해 ‘큰일났다’, ‘난리났다’, ‘경악’, ‘멘붕’, ‘끝났다’, ‘발칵 뒤집혔다’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언론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과장된 표현이다. ‘신의한수’ 역시 ‘윤석열 호남 지지율 대박’, ‘윤석열 지지 급상승 대박 국힘 2030입당 폭발’ 등 긍정적 반응을 과장해 전하는 섬네일을 썼다.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선정적 표현을 쓰는 과정에서 ‘혐오 표현’이 여과 없이 나오기도 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 유튜브 영상 섬네일에서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를 씹다’는 표현이 등장해 논란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준표 전 예비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역선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홍준표 후보의 이름에 호남을 비하하는 용어인 ‘홍어’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서민 교수는 논란이 일자 사과하며 본인이 제목 작성에 관여하지 않아 몰랐다는 입장을 냈다. 서민 교수의 인지 여부를 떠나 영상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섬네일에 써 클릭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대립을 부추기고, 혐오 표현까지 쓰는 ‘유튜브 전략’ 자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제 한계 뚜렷, 언론의 방향은?
유튜브 콘텐츠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규제론’도 함께 고개를 든다. 그러나 그간 시도된 가짜뉴스 규제와 언론중재법 등 표현물 규제 논의가 그랬듯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오남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실제 규제가 추가로 도입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공직선거법은 이미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전반에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을 처벌하고 있다.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규제가 있어도 대응하기 모호한 ‘선에 걸친’ 콘텐츠가 양산되는 점이 진짜 문제다. 그렇기에 중심을 잡아줄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를 바라보는 언론의 심경은 복잡하다. 이른바 ‘매운맛’과 같은 선정적인 뉴스에 빠진 이들에게 선거 기간 제도적으로 ‘중립 보도’를 요구받는 기성 언론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 ‘진영화’된 경향이 있음에도 보다 편파적인 콘텐츠가 주목 받는 환경에선 ‘적’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진보 성향 언론에는 진보 성향 독자들이 ‘조중동과 다를 게 뭐냐’고 비난하고, 보수 성향 언론에는 보수 성향 독자들이 ‘왜 부정 투표를 다루지 않냐’는 반발이 빗발친다.
물론 유튜브를 마주한 언론이 고민할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시사 유튜브 콘텐츠가 기성 언론의 치부를 비판하며 차별성을 키우는 면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지난 국정감사 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의 돈이 이재명 후보에게 흘러갔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제시한 사진이 허위로 드러났을 당시 언론은 ‘따옴표 보도’로 중계했다. 반면 친여 성향 네티즌과 유튜브 채널들은 과거 게시글 대조를 통해 검증하고 언론의 부실한 보도를 비판했다.
온라인 공간의 갑론을박을 검증 없이 전하는 언론의 ‘포털 대응’ 기사를 통해 이재명 후보가 시연을 위해 사족보행 로봇 개를 뒤집은 행동을 심각한 학대처럼 몰았을 때 적극 비평에 나섰던 것도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언론계의 오랜 문제로 지적돼온 따옴표 기사와 온라인 대응 기사 등 ‘부실한 면’이 기성 언론을 불신해야 할, 그리고 시사 유튜브를 주목해야 할 ‘근거’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언론이 ‘정론’을 추구한다면 유튜브가 득세해도 흔들림이 없고, 여론이 극단화된 시대에 ‘공론장’을 복원하는 대안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부 언론은 ‘편승의 길’을 걷는다. 유튜브와 비슷한 방식의 논평형 콘텐츠를 만들어 시사 토크에 도전하는 식이다. 기사에서는 정제된 톤을 유지하면서도 유튜브 공간에서는 특정 후보에 노골적인 언론사 유튜브 채널들도 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이들을 진행자로 섭외해 방송을 이끌게 하는 경우도 편승 전략을 취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한 저널리즘의 ‘당위적인 해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이 ‘공론장 복원’과 ‘매체의 생존’ 두 가지를 담보할 현실적인 답인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계의 고민은 ‘도돌이표’다. 이 가운데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의 유튜브 채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유튜브 구독자 70만 명을 넘겼다. 탐사보도로만 채운 채널이다. 언론과 시사 유튜버들이 경쟁적으로 정치 갈등 증폭형 뉴스, 선정적 뉴스, 연성 뉴스에 주목하는 유튜브 공간에서 70만 구독자를 넘겼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언론이 ‘신뢰 자본’을 추구하는 길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값진 사례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은 지난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저널리즘 주간 본행사 기조강연을 통해 ‘저널리즘을 위해 운동할 수는 있지만, 운동을 위해 저널리즘을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저널리즘 원칙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 사회적 모순 속에서 정론 저널리즘을 할 수 없다면 그 저널리즘을 위해 분노할 수 있지만 거꾸로 우리의 저널리즘이 정치화돼서, 정치·경제 권력과 한 몸이 돼 운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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