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론 드물게 14년 동안이나 방송되고 있는 EBS <극한 직업>. 다양한 직업 세계를 밀착 취재해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젊은이들까지 시청자 대열에 가세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목 그대로 ‘극한 직업’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제작진의 촬영 뒷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1,600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했던 영화 <극한직업>보다 11년이나 앞서 제작된 원조 다큐멘터리가 있다.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밀착 취재·촬영해 직업 정신의 가치를 비추는 프로그램인 EBS <극한 직업>이 그 주인공이다. 2008년 2월부터 2022년 현재까지, <극한 직업>은 무려 14년 넘게 방영되며 대표 직업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했다. 역사가 깊은 프로그램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 장수 프로그램 대열에 올랐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극한 알바’로 패러디하기도 하고, 코미디 영화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극한 직업> 제작진의 현실은 영화 속 형사들보다 더 ‘극한’이다. 배편이 끊겨 강제 연장 촬영을 하고, 생생한 장면을 얻어내느라 소형 카메라를 한자리에서 세 대나 부수기도 했다. 작가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먹으며 퇴짜를 맞기도 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바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어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달라 부탁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하루에도 수십 통이 넘는 전화와의 전쟁을 치러 목이 쉬기도 했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많은 노력 덕에 최근 690회차가 넘어가며 약 1,000개가 넘는 직업군을 소개했고, 세상 모든 직업 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4년간 달려온 원동력
<극한 직업>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됐지만, 아직도 매회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유튜브 클립은 조회수가 300만 회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가 조회수 300만 회를 찍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최근 1년 사이 20~30대 청년층 시청자가 늘며, 요즘엔 청년층이 전체 시청자 점유율의 2~4위를 다투고 있다. 사실 기존의 시청자들은 40~60대의 중장년층이었다.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젊은이들의 관심은 의문이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20~30대가 왜 <극한 직업>을 볼까?’가 대화의 주제거리이기도 했다. 어느 날, 20대 후반 친구에게 <극한 직업>을 왜 보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던진 질문에 뜻밖의 심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 누리는 생활 뒤편에서 묵묵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삶의 감사함을 느끼고, 동시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1년을 채우면 우스갯소리로 오래 다녔다고 하는 20~30대 사이에서, 경력 40~50년 이상 장인 정신을 갖고 일을 사랑하는 분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단다.
직업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깊이 있고, 치열한 취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14년 장수 프로그램의 원동력은 시대를 읽는 직업군을 섭외하고, 그들과 같이 생각하고, 호흡하는 취재력이 아닐까.

현장성 있는 취재와 진정성 있는 사람 이야기
모든 방송이 그렇듯 섭외와 취재는 깊이 있는 제작의 단단한 뿌리다. 특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직업의 내면까지 깊이 들여다보는 <극한 직업>에서의 취재는 매번 다른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군을 취재할 때마다 그들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그 직업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 기간은 2주가 될 수도,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6개월이 넘어갈 때도 있다. 배우들이 작품에서 각각 다른 캐릭터들을 소화하고 연기하듯 우리 작가들도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작가들은 정말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만 한 번도 안 살아본 삶을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삶이기 때문에 100% 완벽하게 알아내기 위해서 취재에 열을 올린다. 방송에 나오는 40분 뒤에는 그보다 더 방대한 취재를 위한 작가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다. 출근 시간과 별개로 우리는 그들의 일상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 새벽 일찍부터 아침을 시작하기도 하고 남들보다 더 늦게 밤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벽 1시든 새벽 4시든 전화기를 놓을 수 없다. 특히나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아이템의 경우 더 고되다. 긴 시간을 그들의 삶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에 내 삶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부를 취재할 땐 신입 어부가 된다. 거친 파도 소리를 이길 수 있는 큰 소리로 그들에게 말해야 하고. 그들만이 쓰는 언어를 공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해야 하며 수협 담당자랑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정도로 자주 전화해 올해 어획량을 파악해야 한다. 매일같이 기상청 앱을 깔고 매일같이 날씨를 살펴 조업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제조업 종사자를 취재할 때는 꾸준히 기사를 읽어 동종업계에 큰 이슈는 없었는지 확인하고 통계청 자료를 분석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게 많을수록 그들에게 한 발짝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이해할수록 방송은 더욱 현장감 있고 생동감 있게 나온다.
최근 제작진들 사이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회자되는 편은 바로 ‘방어잡이’였다.
“방어잡이는 애초에 워낙 선원이 많아서 섭외하기가 힘들었어요. 촬영팀이 가면 복잡해서 잡을 수가 없다고 하셔서 조업 나가기 전 새벽 4시, 조업 끝나고 돌아오는 저녁 7시에 맞춰 매일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해서 겨우겨우 설득했어요.”
“방어잡이를 찍으려고 제주도에 있는 방어 식당은 전화를 다 돌렸어요. 제주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주도 사투리 관련 유튜브 보면서 단어 공부도 했죠.”
작가들은 섭외에 몇 날 며칠을 매달려 겨우 허락을 받았다. 이제 현장은 준비됐으니 현장과 부딪힐 차례, 피디들은 촬영 장비를 가득 들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부터 날씨는 얼마나 추운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였는데 장갑을 끼면 손이 둔해져 카메라를 잡을 수 없으니 맨손으로 잡느라 손이 아주 꽝꽝 얼어 힘들었죠.”
“뱃멀미는 심하지, 바람은 또 많이 불지 배에는 물기가 많아서 자칫 미끄러질까 봐 촬영 내내 조심했는데 결국 넘어졌어요. 카메라는 안 망가졌으니 정말 다행이죠.”
깊이 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해 직업의 내밀한 세계를 담는, 그야말로 극한 작업을 통해 <극한 직업>을 만드는 제작진들! 이를 통해 결국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극한 직업>의 백미가 아닐까.


우리가 만날 앞으로의 ‘극한’ 직업
1화부터 692화(22.2.19. 기준)까지, 직업이라는 한정적인 주제를 다루는 <극한 직업>이 남녀노소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이유에 대해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췄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보석을 박아 예물을 만드는 과정을, 지금은 그 예물을 리폼해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예전에는 대형 트럭을 폐차하는 과정을, 지금은 전기차를 폐차하는 과정을.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대가 바뀌며 트렌드는 물론, 직업군에도 변화가 많아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 생기는 여러 직업을 알리고 그들의 삶과 현장을 방송에 담아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노동에 초점을 맞춰 그야말로 ‘극한’ 직업을 다룬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극한’이라는 말의 관점을 바꿔보려 한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세상에 극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어떤 직업이든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고충이 삶에 녹아있다. 제작진은 현장을 더 생동감 있게 담아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을 향한 찬사를 보낼 것이다. 어떤 직업도 그 가치가 무시당하지 않게, 숭고한 직업 정신을 잃지 않게,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그들의 삶에 다가가려 한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그들의 노고와 삶의 진정성에 고개를 깊이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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