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2-06-29
건강한 지역공동체 확립 위해 지역 감시자 역할 강화해야

건강한 지역공동체 확립 위해 지역 감시자 역할 강화해야

  • 저자 : 이건혁
  • 발행일 : 2022-06-30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 언론은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공동체에 대한 감시로 지역사회를 심층 보도해야 하는 지역 언론의 책임은 막중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KBS <뉴스 7> 지역 뉴스 사례를 통해 지역 감시 보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역 언론과 민주주의의 위기

 

한국 사회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언론과 민주주의의 관계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퇴행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는 전국 언론뿐 아니라 지역 언론에서 증상이 더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박진우와 이정훈(2016)은 <민주화 시대 언론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후퇴>라는 논문에서 민주화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됐지만 언론인의 민주주의적 가치 증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취재 보도 규범 가운데 언론인들은 감시 기능, 해설과 비평, 공론장 증대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하지만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낮은 편이었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보수주의 정부하에서 기자 개인과 소속 언론사의 급속한 ‘보수화’ 경향을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다.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체에 대한 감시와 심층 보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에서 지역 언론이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공론장을 제공하는 정상적 관계를 맺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된다. 지역 방송과 신문이 처한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외면 받는 전통 매체로서 지역신문과 방송은 구독자 감소, 시청률 하락과 함께 광고와 협찬 수익의 지속적 감소,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 등으로 지방 권력을 감시하고 핵심 이슈를 제기하며 미래 위험을 경고하는 기능을 점차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KBS <뉴스 7> 지역성 강화와 지역 감시 보도

 

본 글은 지역을 감시하는 고품질 기획 기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지역 감시 보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KBS <뉴스 7>의 지역 뉴스를 주목했다. 경남 지역에는 일간신문으로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경남일보, 경남매일이 있고 지상파 방송으로는 KBS창원, MBC경남, 그리고 KNN이 있다. KBS는 2020년 2월부터 수도권 중심의 언론 환경에서 벗어나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기 위해 지역 뉴스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구체적으로 <뉴스 7>의 경우 5분 남짓한 지역 뉴스 보도를 40분 분량으로 늘리고, 지역 방송사가 지역 뉴스를 직접 제작하도록 편성권을 부여했다. <뉴스 7>을 선정한 이유는 △지역 맞춤형 뉴스를 대폭 강화해 지역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고 △지역의 권력을 감시하고 공론장을 제공하기에 적합한 공영방송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여타 지역 매체에 비해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수익 구조와 재정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맞춤형 <뉴스 7>이 도입되면서 지역 뉴스에 할당된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과 평판은 늘어났다. 하지만 전례 없는 업무량 증가와 마감 시간의 단축 등 제작 환경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1월 이후 일 년 동안 KBS <뉴스 7>의 경남지역 기획 기사를 분석하면서 경남에서 어떤 이슈가 기획 기사로 보도됐는지, 결과적으로 양질의 지역 감시 보도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2021년으로 한정한 이유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시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준비된 기획 보도와 지역 감시 보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KBS창원의 <뉴스 7>은 경남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수도권과 격차가 벌어지는 지역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진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와 지역 뉴스’로서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KBS는 사건이 발생할 때 중요성에 따라 대응하는 탐사K 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2월 탐사K 보도팀의 첫 번째 기획 뉴스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의 부동산 거래 양도차익과 창원시 근린공원 토지 보상 부풀리기를 집중 보도했다. <출처 - KBS 경남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래지향적 정보 제공 보도

 

[표]는 KBS창원 <뉴스 7>의 지역 기획 보도 관련 내용이다. 지역 소멸과 청년이라는 이슈는 신년 기획 ‘청년 이야기’(17.1%)1)를 통해 구체화된다. <뉴스 7>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며, 지역은 수도권의 생존경쟁과 탈락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이 공존하고 인간적인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으로 보도된다. 더 나아가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공동체는 적절한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공간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뉴스 7>은 두 번째 기획 ‘지역 대학 혁신과 공유대학’(11.4%)을 주제로 총 8회에 걸쳐 보도했다. 수도권과 격차를 줄이고 혁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대책으로 공유대학을 소개하고 지역과 대학, 기업과 대학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뉴스는 미래지향적 정보 제공 보도로서 전체의 28.5%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소멸의 주된 원인을 청년 인구 유출로 보고 그 해결책 중 하나로 공유대학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현실 비판적 지역 감시 보도

 

KBS창원 <뉴스 7>이 두 번째로 강조한 대주제는 ‘지방자치 30년’이라는 연중기획이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살펴보는 총 네 종류의 지역 감시 기획 뉴스가 보도됐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와 연동된 보도로서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땅거래 의혹이 9회(12.9%) 보도됐다. 거제시 반값아파트 특혜 보도는 11회(15.7%), 지방정부의 비리 사례인 김일권 양산 시장 보도는 9회(12.9%),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제도를 점검하는 기획 보도는 5회(7.1%) 보도됐다. 합산하면 전체의 48.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BS는 사건이 발생할 때 중요성에 따라 대응하는 탐사K 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2월 탐사K 팀의 첫 번째 기획 뉴스로서 강기윤 의원의 부동산 거래 양도차익과 창원시 근린공원 토지 보상 부풀리기가 집중 보도됐다. 경찰은 강기윤 의원 가족과 조폭 사업가와의 금전 거래를 수사하고, 6월 말 토지 보상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사무실 압수 수색을 실시해 <뉴스 7> 보도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서 개발 호재에 접근 가능한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감시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된다. 이후 <뉴스 7>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이해충돌방지법 개정 및 관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2021년 3월 보도된 양산 시장이 본인의 땅을 부당하게 용도 변경했던 사례나 9월에 보도된 거제시 반값아파트 특혜 개발 사례에서 <뉴스 7>은 지방정부 정책 행위의 정당성을 따지고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며 30여 년 운영된 지방자치제도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 7>에서 방송된 기타 기획 보도는 유료도로 기획 5회, 조현병 대책 보도 4회, <뉴스 그 후> 7회였다.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12월에 보도된 <뉴스 그 후>다. 이는 심층 보도 이후 사회적 영향력과 변화를 점검하고 결산하는 메타 기획 보도로서 미디어 보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강기윤 의원과 김일권 양산 시장 관련 투기와 용도 변경 의혹은 여전히 수사 중으로 성과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값아파트 특혜 기획 보도 결과 변광용 거제 시장은 반값아파트의 이익금을 재정산했고 시행사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KBS <뉴스 7>의 지역 감시 보도의 결과를 사후 서비스하면서 보도의 영향력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층 지역 감시 보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본 글에서는 2021년 KBS 창원의 <뉴스 7>에 한정해 양질의 지역 감시 보도가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어떤 내용과 양상을 보였는지 살펴봤다. 인상비평 수준으로 내용을 분석하면서 떠오르는 두 가지 방향성을 언급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법적·재정적 뒷받침에 관한 것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달리 지역신문과 지상파 민영방송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되는 상황에서 열악한 재정 여건에 허덕이고 있다. 만약 지역 언론의 어려움을 개선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지역 감시 보도를 수행할 여력과 의지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신문(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 필요했겠지만,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시늉에 그치거나 미미하다면 지역과 미디어의 위기와 소멸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역신문(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개정해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을 실질화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과거의 지역공동체를 살펴보면 지역주의 정당이 독식하는 획일적이고 동질성 강한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나 권한이 미약했기 때문에 심각한 비판을 하기 어려웠다. 과거의 지역 언론은 지역 정치인이나 토착이해 집단, 정경유착을 비판하면 이단자 취급을 받거나 광고가 끊길 위험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언론의 감시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 수준이 향상된 지금, 더욱이 지역의 양당정치가 도입돼 행정과 입법간 견제와 균형의 긴장 관계가 도입되는 지금,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언론의 역할, 즉 객관자적 입장에서 비판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지역 감시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1) 신년 기획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혁신적 일자리 창출 정책>, <초기에만 반짝 지원하는 청년 창업>, <청년 정착프로그램: 청년 공유주택, 한달살기 정책>, <청년이 직접 만드는 청년정책>, <청년이 살고싶은 경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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