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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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딜레마, 무엇을 위한 사적 메시지 인용인가

  • 저자 : 박성순
  • 발행일 : 2025-01-03

Q.

최근 유명인 부부의 카카오톡 메시지 폭로 등 개인 간 연락 내용을 보도에서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무분별한 폭로와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개인 간의 연락 내용을 보도에 활용하기 위한 기준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익명의 기자

 A.

스마트폰의 등장, 코로나19 등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은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이뤘습니다. 미디어의 발달은 언론이 보도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다양하게 했고 최근에는 개인 간 연락 내용까지 이용하는 형태가 종종 나타납니다. 언론을 둘러싼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지만, 이 사안도 결국은 언론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략히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 많은 경우 개인 간 연락 내용을 인용한 보도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인용이라면 직접적인 인용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고민하시는 것과 같이 카카오톡 등 메시지 내용을 그대로 구현해 기사 안에 넣는 방식은 진실 추구 보다는 흥미 유발을 통한 조회수 유도가 목적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가, 상업적 흥미를 쫓고 있는가 하는 윤리적 부분입니다. 그럼, 언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언론 스스로 어떤 윤리 의식을 지녀야 하는지 제 개인적 견해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언론이 가진 권리

 

언론의 자유는 항상 개인의 기본권과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취재하고 보도한 내용은 대부분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고민의 요지도 국민에게 사안을 명확히 알리기 위해서 개인 간 나눈 메시지를 공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인데, 이때 당사자들의 명예 등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론학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입니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타인의 어느 영역까지 침범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개인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 범위를 확인하는 일은 드물지만, 언론은 매일 그 경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다양한 사실을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그 권한의 명시적 부여 주체가 분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주요한 자리에서 특별 대우를 받게 됩니다. 기자들을 위한 기자석 배치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을 비판하는 이들은 언론이 추구하는 국민의 알 권리가 ‘언론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언론은 항상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알 권리가 형성된 시기는 새로운 정부가 세워진 시기와 비슷합니다. 사회가 변하고 정부가 구성되면서 정부에게 위임한 일을 누군가 감시해야 할 때 언론의 알 권리는 형성됐습니다. 따라서 언론은 정부가 하는 일, 즉,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보다는 상업적 확장을 목표로 하거나, 권력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언론은 정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상업적 이득에서도 초연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 언론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언론이 스스로 만든 윤리적 사명

 

알 권리 충족 외에도 언론은 스스로를 전문직으로 만들었습니다. 전문직주의에 의한 전문직은 전문교육이나 면허제 같은 구체적 장치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강한 윤리, 직업적 실천 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언론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은 전문직주의와 유사한 가치를 추구했고 스스로를 강력한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하는 직업으로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가 봐왔던 것처럼 언론이 상업적 영역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뉴스를 가치로만 접근하지 못해 왔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온라인 영역에서는 상업적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언론사들은 클릭 수에 연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오명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명을 입게 된 원인에는 역설적으로 언론이 스스로를 엄격한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전문직으로 규정해 온 것에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은 강력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본질적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은 단 한 번도 상업적 영역과 분리되어 발달한 적이 없습니다. 신문이 광고와 결합했고, TV, 영화 등도 광고와 분리하여 운영할 수 없습니다. 혁신적 서비스라고 여겨졌던 OTT도 구독료만 내면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던 초창기 모습은 약해졌고, 성장의 정체로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언론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윤리 의식을 필요로 하지만 상업적 성공도 함께 챙겨야 하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 기준과 범위 설정은 자율에 따라

 

‘개인 간의 연락 내용을 보도에 활용하기 위한 기준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이것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 스스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지금까지 정해진 틀에 맞춰 보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언론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 영역을 우리가 그렇게 규제해 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달은 미디어 영역을 국내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고, 모든 영역의 기준을 정해 규제하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디어는 자율 규제 영역에서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성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보면, 개인 간의 연락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가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무분별한 폭로와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불거진 여러 이슈에서 공개한 사적 메시지들은 결코 진실 추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논쟁이 큰 사안이 아니고, 주로 연예인들 간 갈등을 해결할 때 인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는 다른 방식의 보도 행태를 보여야 합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공인에 대한 논의도 많았는데 우리가 어떤 부분을 공적 영역으로 다뤄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하고, 이를 적용하여 직접 인용을 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다양한 소스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잘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속보로 새로운 것을 전달하는 것 외에 가짜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이 필요한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춰야 하고, 보도의 기준과 범위도 기자 개인의 윤리적 소명에 따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겪는 많은 논란이 언론의 지속적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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