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5-07-28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가치 보호 균형점 모색의 시험대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가치 보호 균형점 모색의 시험대

  • 저자 : 장성준
  • 발행일 : 2025-07-25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 세계 미디어 환경과 이용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널리 활용되는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은 기존 온라인 콘텐츠를 수집·정리해 AI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사용자 관점에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AI 기술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정보 생산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온 산업 분야에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물결은 독일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독일 언론계 역시 AI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기술 투자는 확대, 직원 수용도는 아직

 

2025년 2월, 독일 디지털출판및신문발행인협회(BDZV, Bundesverband Digitalpublisher und Zeitungsverleger)가 발표한 보고서1)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사들은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2024년 44% → 2025년 73%). 반면 이전까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데이터 분석’ 분야는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2024년 70% → 2025년 57%). BDZV 회원사들이 자사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는 AI 기술 전략을 살펴보면, 48%는 ‘자체 AI 개발과 외부 AI 기술 구매’ 병행을, 40%는 전적으로 ‘외부 AI 기술 구매’에 의존하는 전략을 채택했으며, ‘자체 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출처 – BDZV 보고서, 2025, 13쪽>

 

 

AI가 전체 기사를 작성하는 데 활용될 것인가를 묻는 항목에 대해 회원사 중 약 59%는 명확한 개념이 포함돼 있거나 제한적인 분야(예: 보도자료, 지역/지방 협회 소식, 경찰 경보)에서만 AI가 전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전문 직원이 내용을 검토한 후 보도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41%는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AI 기술 활용이 예상되는 분야를 보면, 전체 행정 업무 중 평균 42%가량을 AI로 자동화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언론사는 이를 최대 85%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DZV 회원사들의 AI 도입 준비도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AI 도입 준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58%로 나타났다(매우 좋음 12%, 좋음 46%). 반면 38%는 부정적으로, 4%는 매우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AI 사용에 대한 직원들의 개방성이 2024년 60%에서 2025년 46%로 14%p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AI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의 수용성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직원들의 수용성 하락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는데, 그 중 주요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체계적 교육 부족이다. 신문사들의 AI 도입을 위한 직원 역량 강화 방안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신문사가 웨비나 등 이벤트 참여에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76%). 그 외 사내 전문가 자문 58%, 오프라인 이벤트 참여 53%, 전문 뉴스레터 구독 37% 순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이 필요함에도 단기간 내 진행되는 정보 전달 위주의 AI 적용 전략에 치중하는 현실이 직원들의 AI 도입 개방성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둘째, 신문사들이 AI 도입에 따른 직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안 역시 제한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AI 개발을 소개하는 네트워킹 형식이 61%로 가장 높고, AI 도구 테스트를 위한 자유로운 기회 제공 47%, AI 가이드라인 개발 37%, AI 도입에 따른 직원들의 우려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태도 3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응 방식도 일정 부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나 신기술의 급속한 전환에 따른 환경 변화 적응의 어려움 등 개인 차원의 우려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기사 편집, 텍스트 교정, 콘텐츠 자동화 등 현장 활용 확대

 

직원들의 AI 수용성 하락과는 별개로, 현재 독일 내에서 언론·미디어 그룹의 AI 개발과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가 다양해지고 있다. BDZV 보고서는 주요 언론사들의 AI 기술을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업 미디어 그룹이자 빌트(Bild)와 벨트(Die Welt) 등의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는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는 신문과 잡지 발행에서 편집과 교열, 사진 편집 등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남독일신문(Süddeutsche Zeitung)은 오디오 파일의 전사 작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AI 기술인 ‘아르케(Arche)’를 사용하고 있다.

 

OVB 미디어(OVB Media)와 라운지처룬트샤우(Lausitzer Rundschau,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 지역신문)는 자체 툴을 개발하기도 했다. 바이에른주 지역 미디어 그룹인 OVB 미디어는 자체적으로 ‘단어변환기(Wortwandler)’라는 툴을 만들었다. 2명의 개발자와 편집부 간 협업으로 개발된 내부 AI 기술로서, 특정 프롬프트 기술을 활용하며 기사 편집에 사용된다. 한편, 2023년 개발된 라우지처룬트샤우의 ‘AI-버디(Ai-Buddy)’는 프롬프트 데이터베이스와 챗GPT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도구다. 이 도구는 경찰 보도자료를 편집용 텍스트로 전환하고, 독자 문의 답변을 지원하며 텍스트 축약·교정 기능 및 직원별 개인화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사들도 자체 AI 시스템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역 공영방송사 연합인 ARD는 회원사별로 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콘텐츠 자동화, 데이터 저널리즘, 음성과 영상 분석, 자동 자막 생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BR(바이에른주 지역 공영방송)이 자체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전담 그룹인 인공지능+자동화 연구실(AI+Automation Lab)을 설치해 데이터 저널리즘과 그래픽 디자인, 콘텐츠 개발자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외에도 제2공영방송 ZDF, 공영 라디오사 도이칠란트라디오(Deutschland Radio),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 등에서도 콘텐츠 자동화나 추천 시스템, 아카이브 관리 등의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부작용 해결 위해 자체 활용 기준 마련하기도

 

AI 기술이 언론사나 미디어 그룹 업무에 주는 이점은 크지만, 반대로 기술의 양면성으로 인해 단점도 발생하고 있다. 업무 최적화로 인력 감축의 위협이 높아졌고, AI로 제작된 콘텐츠의 한계로 허위 정보나 혐오 콘텐츠의 확산 가능성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고자 2023년 4월, 독일기자협회(DJV)는 <저널리즘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의견서(Positionspapier bezüglich des Einsatzes Künstlicher Intelligenz im Journalismus)>를 발표하며, AI 환경에 따른 저널리즘 변화의 위험에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DJV는 의견서를 통해 “마치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듯이,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통제되지 않은 활용은 방지돼야 한다”며, 윤리와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작동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의 무분별한 이용이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JV가 제시한 저널리즘 분야에서의 AI 활용 기준은 ①인간의 업무를 대체하지 않아야 하며 ②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편집실과 미디어 기업에 있어야 하고 ③데이터 자료를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하며 ④AI 생성 및 활용 콘텐츠에 대한 투명성 및 표시 의무를 준수하고 ⑤책임감 있는 개인화를 이뤄야 하고 ⑥인증된 AI 시스템을 도입하며 ⑦AI 활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⑧AI 활용을 위한 기자들의 교육 및 재교육의 마련과 ⑨콘텐츠 생산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DJV뿐 아니라 독일 공영방송사들도 자체 AI 활용 기준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ARD는 ①AI를 활용해 제작한 콘텐츠의 언론 윤리 및 품질 지침 준수와 출처·사실 확인, 편집부의 최종 승인 ②콘텐츠 신뢰성 확보, AI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의 경우 그 사용의 목적과 범위의 공개 ③정보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④AI를 적용할 때 편집과 기술, 법적 전문성을 결합한 다학제적 협업의 중시 ⑤외부 기관과의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지침도 마련했다. 한편, ZDF나 도이칠란트라디오 등의 공영방송들도 AI 활용 지침을 별도로 적용하고 있다.

 

각 언론 단체나 언론사의 AI 활용 지침을 종합하면 저널리즘 분야에서 AI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저널리즘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마련한 것으로 정리된다. DJV와 지역 공영방송 연합 ARD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언론계와 미디어 업계는 AI 활용으로 발생할 내부적 문제, 즉 인력 감축이나 저널리즘 위협에 대한 기초 단계의 대응책은 마련했다. 하지만 AI가 가져오는 외부적 위협에 대한 대응은 늦어져 현재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습 데이터 활용 문제, LLM 시대 저널리즘의 핵심 과제

 

2024년부터 DJV는 AI 학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AI(특히 LLM)는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JV는 회원들이 소속된 공영방송사와 방송사, 출판사 측에 관련 대응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악셀슈프링어의 경우 2023년부터 오픈AI와 체결된 파트너십을 통해 LLM 학습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공영방송은 공적 자금인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바 콘텐츠가 넓게 사용되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전임 ARD 의장이었던 카이 그니프케(Kai Gniffke)는 DJV의 요구와 관련해 한 인터뷰에서 “시민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ARD의 임무와 자금 조달 방식,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이 확산되는 현실 등을 고려했을 때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AI 훈련에 포함되는 것은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오히려 콘텐츠 개방을 장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AI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 크롤링(crawling)과 상업적 활용 논란, 저작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DJV의 압박이 높아지게 된다.

 

DJV가 공영방송에 요구한 방식은 ‘옵트아웃(Opt-Out)’으로, 저작권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 정보수집이 금지되는 방식이다. AI 발전과 더불어 독일에서는 이미 AI 학습에 대한 옵트아웃 적용 가능성이 논의돼 왔다. 2023년 6월, 독일 문화위원회(Deutscher Kulturrat)는 AI 학습에서 사용되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조치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연방 법무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연방 법무부는 저작권이 보호되는 콘텐츠는 AI 훈련에서 저작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AI 학습에서 해당 콘텐츠의 사용이 금지된다고 확인했다. 이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Directive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의 제4조와 이를 독일 자국법으로 적용한 독일 저작권법(Urheberrechtsgesetz)의 제44조에 근거한 해석이었다.

 

2024년,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가 독일 공영방송 중 처음으로 AI 학습에서 자사 콘텐츠 사용을 제한하는 옵트아웃 조치를 도입했고, 이후 도이칠란트 라디오, ZDF가 합류했다. 지역 공영방송사 연합인 ARD는 가장 늦은 2025년 5월에서야 옵트아웃을 채택함으로써, 독일의 모든 공영방송사의 콘텐츠는 AI 학습에 사용 불가능하게 됐다. 공영방송사들은 AI 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콘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 즉 공영방송사와 저작권자 모두에게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록 현시점에서 공영방송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AI 학습은 제한되었지만, AI 관련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고 있다.

 

2025년 4월, DJV와 노동단체인 독일언론인연합(Deutsche Journalisten-Union)은 남독일신문의 모회사인 남독일 출판사(Süddeutscher Verlag)를 대상으로 공동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남독일신문이 프리랜서 기자들이 작성한 언론 기사를 AI에서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성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고 나아가 AI로 편집된 기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계약에 관한 내용이었다. 또한 DJV가 회원들이 가입한 모든 언론사에 요청했던 AI 활용에 대한 의견서와는 달리 편집국의 인력 감축 및 업무 재배치를 발표함으로써 노동권을 위협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언론사의 AI 기술 도입과 언론인의 노동권 보호, 저작권 문제 등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독일 언론계는 자신들의 업무에 AI 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성 증대와 새로운 기회 창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동시에, AI가 가져올 수 있는 저작권 침해, 일자리 위협, 허위 정보 확산 등의 위험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 데이터의 공정한 사용과 창작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요구는 LLM 시대 저널리즘의 지속가능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AI 도입 과정은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가치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저널리즘의 본질과 언론인의 권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을 담고 있다. 독일 언론계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며 축적하는 경험과 해법들은 전 세계 언론계에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이며, AI 도입에 따른 저널리즘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판단해 본다. 

 

 

 

 

 

1) https://www.bdzv.de/fileadmin/content/6_Service/6-1_Presse/6-1-2_Pressemitteilungen/2025/PDFs/2025-02-25_BDZV_Highb erg_Trendumfrage_2025_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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