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5-09-29
패러다임의 전환 ‘규모’의 전쟁에서 ‘효율’의 전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규모’의 전쟁에서 ‘효율’의 전쟁으로

  • 저자 : 김민기
  • 발행일 : 2025-09-26

AI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잘 하는 만능 AI’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빅테크와 전문 스타트업이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 중인 AI 업계의 최신 이슈를 알아보고 미디어의 활용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5년 AI 시장의 경쟁 구도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했다. 이전까지의 AI 경쟁이 ‘누가 더 많은 파라미터1)를 가졌는가?’, ‘어느 회사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는가?’에 가까웠다면, 이제 경쟁의 핵심은 더 많은 파라미터를 가진 거대 모델을 만들기보다 ‘누가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연산하는가?’, ‘누가 더 목적에 맞는 모델을 개발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AI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2)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모델의 지능, 효율성, 신뢰성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25년 8월 출시된 오픈AI(OpenAI)의 GPT-5다. 과거 오픈AI의 개발 방향은 ‘모든 것을 잘하는 단 하나의 거대한 AI’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GPT-5는 빠른 응답을 위한 ‘gpt-5-main’과 깊은 추론을 위한 ‘gpt-5-thinking’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결합하고, 그 중심에 사용자의 질문 난이도를 파악해 어떤 모델을 쓸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실시간 라우터)을 추가해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적절한 모델을 선택해 답변을 생성한다.

 

실제로 gpt-5-thinking 모드는 일반 모드보다 주요 오류를 22% 줄이면서도 이전 최고 성능 모델인 o3보다 50~80% 적은 토큰을 사용한다. 이는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어쩌면 ‘만능 AI’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에 AI 모델을 사용하는 각 분야, 기업들은 자신들의 과업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취사선택해 사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주요 플레이어와 전략적 포지셔닝

 

2025년 AI 시장은 빅테크와 전문 스타트업이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픈AI

GPT-5를 통해 동적 추론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다. 빠른 ‘메인(main)’ 모델과 추론을 위한 ‘씽킹(thinking)’ 모델을 라우터로 전환해 간단한 작업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복잡한 문제는 더 많은 연산을 투입·해결하는 방식으로 효율성과 성능을 모두 확보했다.

 

△구글(Google)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2.5 제품군으로 대규모 컨텍스트 처리와 비용 제어에 집중했다. 특히 개발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Pro 모델은 100만 토큰의 컨텍스트 창을 제공해 한번에 더 많은 것들을 분석할 수 있게 했고, 추론 예산(thinkingBudget) 기능을 도입해 개발자가 추론에 사용될 비용도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Veo3와 같은 비디오 모델뿐 아니라 최근 화제가 된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Gemini 2.5 Flash Image)’와 같이 범분야에서 특화된 모델을 여럿 가지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4는 대중성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에 특화된 모델이다. 특히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100만 토큰의 방대한 컨텍스트 창을 활용해 전체 코드베이스를 한번에 분석하고 디버깅하는 강력한 성능으로 코딩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메타(Meta)

메타는 대중이 활발하게 쓰는 AI 플랫폼은 없지만 라마(Llama)를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쉽게 오픈소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사용자가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퍼플렉시티(Perplexity)

2025년 2월에 출시된 소나 라지(Sonar Large) 모델로 실시간 웹 검색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인용 기능으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XAi

그록(Grok) AI가 주력으로, Deep Search와 Big Brain Mode를 통해 복잡한 수학·과학 문제 해결에 특화돼 있다. 특히 엑스(X)와의 통합으로 실시간 정보 활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중국의 딥시크(DeepSeek)는 MOE 아키텍처를 통해 600만 달러(약 83억 7,000만 원) 미만의 저비용으로 GPT-4급 성능의 AI를 구현했고, AI 음성 합성 전문 기업인 일레븐랩스(ElevenLabs)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AI 오디오 기술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최근 66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AI의 새로운 엔진: 핵심 기술 아키텍처

 

최신 AI 모델들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 AI 생성 기술들이 있다.

 

△MOE(Mixture-of-Experts)

MOE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여러 전문가(AI)들을 혼합해 효율적인 AI 모델을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그래서 거대한 단일 신경망 대신,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여러 개의 작은 신경망으로 모델을 구성한다. 마치 최첨단 공장에 여러 개의 전문화된 분업 라인이 있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앞서 GPT-5 모델에서 언급했던 ‘라우터’라고 불리는 게이팅 네트워크가 사용자의 입력값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AI만 선택적으로 활성화시켜 작업을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전문가만 깨워 일을 시키기 때문에, 거대한 모델 전체를 구동할 필요가 없어 컴퓨팅 비용과 시간을 극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딥시크가 이 MOE 알고리즘을 극한까지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이끌어낸 바가 있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챗봇에 관심이 있다면 RAG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RAG는 AI가 부정확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AI가 학습 데이터에만 의존해 답변을 생성하는 대신, 답변을 만들기 전에 외부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예: 회사 내부 자료, 전문 저널 등)를 먼저 검색하도록 하는 원리다.

 

검색된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결과물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크게 향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벡터화해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게 된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수백만 건의 문서 속에서 의미적으로 가장 유사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어, 최근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MOE는 거대한 하나의 AI 대신 여러 전문가 AI를 두고, 라우터가 상황에 맞는 전문가만 골라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출처 - Maarten Grootendorst’s Blog, https://newsletter.maartengrootendorst.com/p/a-visual-guide-to-mixture-of-experts>

 

△MCP(Model Context Protocol)

MCP, 즉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은 2024년 말 앤트로픽이 발표한 오픈소스 표준으로, AI 모델이 외부 데이터 소스나 도구(API, 파일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통일한 기술이다. 마치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USB-C 포트처럼, MCP는 AI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도구나 데이터 소스든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오픈AI가 이 표준을 채택하면서, 이제 일반 사용자들도 챗GPT를 통해 MCP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챗GPT가 사용자의 구글 드라이브에 있는 문서를 검색하거나,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고, 특정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은 모두 MCP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복잡한 기술을 몰라도, 챗GPT에서 클릭 몇 번으로 AI와 자신의 툴을 연동할 수 있게 됐으며, 더 발전한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AG는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전 외부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검색하도록 하는 구조다. 

 

<출처 – elastic, https://www.elastic.co/what-is/retrieval-augmented-generation?utm_source=chatgpt.com>;

 

AI 기업, 비용과 수익은?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대다수 AI 기업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액은 약 5,600억 달러(약 781조 2,5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이로 인해 창출된 직접적인 수익은 약 350억 달러(약 48조 8,200억 원)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추론(Inference) 비용이다. 모델을 한 번 훈련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실시간 연산 비용은 그보다 훨씬 크다. 이는 AI 기업들에게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준다. 예를 들어,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는 100만 토큰의 컨텍스트 창으로 개발자들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파워 유저(대규모 코드베이스를 분석하는 개발자)들이 가장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구조가 됐다. 컨텍스트 창이 길어질수록 API 호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일부 파워 유저가 24시간 동안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며 과도한 컴퓨팅 자원을 소모했고, 한 사용자가 ‘$200 플랜’에서 수만 달러 상당의 사용량을 소진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대규모 투자 없이 큰 수익을 올리는 기업 또한 존재한다. 바로 AI 이미지 생성으로 유명한 미드저니(Midjourney)다. 미드저니는 벤처 캐피털 투자 없이 초기부터 흑자를 기록한 극히 드문 AI 기업으로, 디스코드를 이용해 사용자 커뮤니티를 무료로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초기부터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해자를 구축해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견고한 경쟁 우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미디어의 미래, AI 결합에 달렸다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는 텍스트 생성이나 코딩 같은 광범위한 기능 대신, 오직 고품질 이미지 생성이라는 한 우물만 파서 수백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다수의 한국 미디어 기업에게 미드저니의 전략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수익성을 위해선 거대한 포털, 종합 뉴스 채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는 특화된 AI 솔루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경로다.

 

국내에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한때 종합 AI 포털을 지향했던 국내 AI 스타트업 ‘뤼튼(Wrtn)’조차 최근 수익 모델을 ‘캐릭터 챗’과 같은 특화된 엔터테인먼트 기능에서 찾고 있고 사용자 모집 역시 정보 제공이 아닌 ‘무료 영어 회화’, 만보기, 출석체크와 같은 ‘캐시 모으기’ 등으로 하고 있다. 범용적인 정보 제공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사용자를 유인하거나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이는 과거 뉴스 포털을 창업했고, 여러 개의 챗봇을 만들었다 실패한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국 미디어 기업의 미래는 AI가 잘하는 것과 오직 미디어만이 특화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언론사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탐사보도 역량과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자료 아카이브, 신속한 정보 수집과 AI를 결합해 정보 제공자가 주도하는 기업용 AI 피지컬노트 같은 서비스가 될 수 있으며, 여론의 흐름을 읽고 리드하는 능력과 AI를 결합해 최신 정보들로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정치 성향을 대신하는 새로운 MBTI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최신 유행하는 밈과 엔에잇엔(n8n, nodemation)같은 업무 자동화 툴, AI를 엮어 영어 교육 기업 ‘야나두’가 AI 영상으로 영어 지식을 재밌게 설명하듯 복잡한 시사 상식과 최신 이슈를 숏폼 콘텐츠로 자동 생성하고 소셜미디어에 유통하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보하고 새로운 트래픽을 창출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미디어 산업은 끊임없이 위기를 이야기해 왔다. 무너진 수익 모델,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그리고 파편화된 독자들의 관심까지. 이제 여기에 AI라는 거대한 변수가 더해졌다. 많은 이가 AI를 또 다른 위협으로 여기지만, 이 글을 통해 AI가 오히려 위기를 극복할 가장 강력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적 고민이

다. 모든 것을 다 하는 거대 AI 플랫폼을 흉내 내는 것은 빅테크 전쟁에 무방비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부디 한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AI의 강점을 현명하게 이용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길 기원한다. 

 

 

 

 

 

1) AI 모델의 성능을 결정하는 매개변수. 편집자 주

2) AI 모델의 성능이 데이터, 컴퓨팅 파워, 모델 크기 등 주요 자원이 증가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는 이론적 원칙.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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