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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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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후생이 최우선 서로 ‘윈윈’ 하는 방안 찾아야

  • 저자 : 황경상
  • 발행일 : 2022-12-30
  • 045_미디어 현장_황경상_2023_1.pdf

인터넷 망 사업을 하는 통신사와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서비스·콘텐츠 제공업체 간의 ‘망 중립성’ 이슈가 다시 화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발의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망 중립성’ 명문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알려져 찬반 주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이 문제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그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통신 네트워크에 무임승차 데이터가 폭증하면 정보기술(IT) 생태계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1)


2012년 2월 KT는 삼성 스마트TV가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사용한다며 일방적으로 접속을 차단해 버렸다. 당시만 해도 낯설어 보였던 삼성전자와 KT의 이 분쟁은 4일 만에 끝났다. ‘망 중립성’ 이슈가 가진 폭발력을 보여준 서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해 6월 카카오톡이 무료 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선보이자 통신사들은 다시 들고일어났다. 이전에도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서비스가 있었고 종종 분쟁거리가 됐지만 사용자 수가 많은 카카오톡이 나서자 문제가 커졌다. 카카오톡이 무료 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동통신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음성 통화 시장을 직접적으로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논란 끝에 통신사가 mVoIP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으나 깔끔한 해결은 아니었다.

 

인터넷 망 사업을 하는 통신사(이하 ISP)들은 인터넷 망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자신들의 네트워크 유지·구축 비용이 증가하니 돈을 더 받거나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비스나 콘텐츠 제공업체(이하 CP)들은 ISP들이 망을 이용하는 업체별로 차별이나 제한에 나선다면 콘텐츠 시장이 위축되고 인터넷 생태계가 황폐화될 것이며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망 중립성’ 이슈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대해 차단이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그러나 ‘망 중립’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것 외에 망 사용 비용 분담 등 민감한 대목에 대해서는 구체적 명시가 없었고 불씨는 계속 남아있었다.

 

최근에는 ‘망 중립성’을 두고 해외 CP들과 국내 ISP 간 분쟁이 일어났다. 2021년 6월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맞붙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에서 1심 법원은 사실상 SK의 손을 들어주며 “인터넷 망 연결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가 2022년 9월부터 한국에서만 화질을 낮추겠다고 밝히자 이것이 망 사용료 때문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에서는 ‘국내 CP가 내는 망 사용료를 해외 CP는 왜 못 내느냐’며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회에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등 관련 법안 7건이 올라와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튜브(구글)는 한국 이용자들에게 망 사용료 의무법안 반대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부 유튜버들은 망 사용료에 반대하는 콘텐츠들을 제작했다. 오픈넷이 진행한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는 2022년 12월 현재 2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발의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망 중립성’ 명문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알려져 양측의 찬반 주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망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통신 사업자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사업자나 사용자의 접속과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팀 우(Tim Wu)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팀 우 교수가 내세운 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단대단(end-to-end)과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 원칙2)이다. 단대단 원칙은 망의 양 끝단에 있는 이용자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는 말이다. 이 양 끝단의 이용자는 스마트폰이나 PC로 접속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네이버, 구글 등의 서버도 될 수 있다. ISP는 이러한 끝단 이용자의 접속과 속도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칙인 커먼 캐리어는 동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짧게 정리하면 여관, 항만, 외과 의사 등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사회 필수 서비스 제공자들은 합리적 가격으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래 19세기 미국에서는 폭리를 취하거나 경쟁자의 통행을 막는 철도 사업자를 규제하는 원칙으로 사용됐으나 점차 통신까지 확대됐다.

 

버거킹이 만든 망 중립성 공익 광고를 보면 이해가 조금 쉽다. ‘와퍼 중립성’이라는 이 광고에서 와퍼의 가격은 4.99달러(약 6,400원)에서 25.99달러(약 3만 3,000원)까지 책정돼 있다. 일반 요금을 내는 고객들은 매우 느린 속도로만 와퍼를 받을 수 있다. 빨리 먹기 위해서는 일반 요금보다 20달러(약 2만 6,000원) 이상 더 내야 한다. 인터넷 제공을 ‘와퍼’에 비유한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공익적 가치처럼 느껴지는 망 중립성이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스마트폰 보급과 대용량 콘텐츠 증가로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부터다. 본래 인터넷 세계에서는 접속 용량(대역폭)에 따라서 접속료를 낼 뿐, 발생하는 트래픽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지는 않는다. 신호가 오고 가는 데 추가로 돈이 더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내 ISP들은 국내 이용자, CP들에게 전 세계의 다른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중계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접속료를 받는다. 해외 ISP들 역시 그런 이유로 자국의 이용자, CP들에게 접속료를 받고 있다. 국내와 해외의 ISP들은 다시 더 상위의 망 사업자들에게 접속 용량에 비례하는 접속료를 내며 최상위의 망 사업자끼리는 서로 비용 없이 연결한다. 이런 구조로 보면 해외 CP들은 국내 ISP에 접속료를 낼 필요가 없다. 만약 해외 CP에게 망 사용료를 물릴 경우, 최근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국내 CP 역시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받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성도 있다.

 

‘발신자 종량제’와 ‘캐시 서버’

 

그러나 한국만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2016년 시행된 발신자 종량제 상호접속고시(발신자 종량제)에 따라 메시지를 보낸 쪽에서 그 양에 따라 접속료를 산정해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용량이 많은 서비스가 생기면 ISP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 접속료도 한국은 비싼 편이다. 서울의 1Mbps당 인터넷 접속료는 파리의 8.3배, 뉴욕의 4.8배, 도쿄의 1.7배3)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ISP들은 이런 부담을 국내 업체에는 이미 전가하고 있었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734억 원, 2017년 1,141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아프리카TV 역시도 2016년의 경우 1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150억 원의 사용료를 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해외 CP들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이런 관행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이 자신들만 망 사용료를 부담한다며 ‘역차별’론을 들고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캐시 서버’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국내 ISP들은 해외 콘텐츠 업체들의 거대한 콘텐츠 용량을 감당하려면 해외의 상위 망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때문에 해외 콘텐츠의 복사본을 떠서 저장해 두고 이용자들의 요청을 여기서 처리하는데 이를 캐시 서버라고 한다. 캐시 서버가 있으면 해외 접속 용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돈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 국내 망 사업자들이 구글, 넷플릭스에 대해 지불하라고 말하는 망 사용료는 이 캐시 서버에 대한 접속료에 가깝다. 해외 CP들은 ISP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캐시 서버에 대해서 돈을 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국내 CP는 애초에 캐시 서버가 필요 없으므로 ‘역차별’도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도 법원은 판결문에서 망 사용료 지불 방식을 특정하지 않았고, 넷플릭스가 일본에 설치한 캐시 서버 역시도 연결에 대한 대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든 해외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6년 KT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페이스북의 국내 캐시 서버 접속 비용을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으려고 했다. 발신자 종량제가 시행됨에 따라 SK와 LG유플러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이용 요청도 여기서 처리하게 되면서 KT의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에 SK와 LG유플러스 이용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바꿔 버렸다. 이 때문에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물렸다. 1, 2심 재판부는 과징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그렇지만 이후 페이스북은 국내 ISP와 협상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기 시작했다. 15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업체들이 내는 것보다는 적다. 트위치 역시 망 사용료를 국내 ISP에 지불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ISP들은 오직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만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가 AT&T나 컴캐스트 같은 미국 ISP에게는 ‘착신망 이용 대가’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넷플릭스는 지금껏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ISP에 지불하는 비용 역시 ‘상업적 파트너십의 대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입장 역시 오락가락한다. 2018년에는 망 사용료 분담을 할 수 있으며 CJ헬로나 딜라이브 같은 ISP에는 캐시 서버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4)고 말하기도 했다.

 

‘망 중립성’ 논의를 넘어서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 자체는 말 그대로 중립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폐기를 결정하자 오히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빅테크 기업들은 망 중립성 폐기로 망 사용료를 물게 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자나 시장 진입자들은 망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구글,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말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망 중립성 원칙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일자 넷플릭스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에는 넷플릭스 한국 지사 방문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처럼 망 중립성은 어느 한쪽에 더 유리한 개념은 아니다. 대원칙은 인터넷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어주는 망 사업자에게 한 번 접속료를 내면 그 접속 지점을 통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더라도 추가 비용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거대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규제 때문에 망 사용료를 허용한다면, 이것이 하나의 통행세로 작용해서 확장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인터넷 이용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지켜야 하는 원칙 같은 것이다.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를 구분해서 생각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은 망 중립성과 사용료를 함께 다루지는 않는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빅테크에 통신망 비용을 부담하게 할지도 검토 중5)이다. 2021년 11월 보다폰과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각국 주요 통신사 13곳은 빅테크 기업들에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망 중립성의 취지를 몰라서라기보다는 빅테크의 트래픽 문제와 그 부담을 평가하는 일을 또 다른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느 쪽이든 이용자의 후생이 우선이다. 시민들은 매년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땅짚고 헤엄치는’ 국내 통신사들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도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돼 있는 빅테크 기업들도 마뜩잖다. 망 중립성 논란을 넘어 이용자들의 편익을 극대화하고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ISP와 CP 간의 공정한 비용 부담 원칙이 있어야 하며, 이는 서로 간 협상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 방향으로 보인다. 망 사용료 부과를 의무화하는 법까지 제정해 ISP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어차피 더 좋은 콘텐츠가 트래픽을 늘리고, 늘어난 트래픽은 통신사에게 더 많은 대역폭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 하는 방안을 스스로 찾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1) 이순혁, <카톡 무료통화 개시에…망중립성 논쟁 ‘고개’>, 한겨레, 2012.6.5,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536284.html

2) 김익현, <美 뒤흔든 망중립성…대체 뭐길래?>, 지디넷코리아, 2017.12.13, https://zdnet.co.kr/view/?no=20171213155727

3) 박경선, <망중립성 관점에서 ‘망 이용료’ 논쟁 이해하기>, 슬로우뉴스, 2020.5.7, https://slownews.kr/76227; 오픈넷, <‘넷플릭스법'(서비스안정화법)은 어떻게 망중립성을 파괴하는가 (feat. 최종 부담은 소비자)>, 슬로우뉴스, 2020.9.18, https://slownews.kr/77760

4) 김동표, <넷플릭스 "한국에 캐시서버 추가 설치할 수도">, 아시아경제, 2018.1.26, https://www.asiae.co.kr/article/2018012613300561793

5) 구정모, <EU "빅테크에 유럽내 통신망 비용 부과 검토>, 연합뉴스, 2022.5.3, https://www.yna.co.kr/view/AKR202205030783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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