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경찰의 신상 공개 여부 결정 전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전에는 SBS가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단독 공개하는 등 언론의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 왜 필요하고 꼭 이뤄져야 하는지 피의자 신상 공개 찬성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신상 공개는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면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선다. 수사 당국이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는 범죄는 오직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 뿐이다. 특정강력범죄 혹은 성폭력 범죄를 범했다고 해서 바로 신상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정강력범죄인 경우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야 하지만 성폭력 범죄는 이 범죄를 범하면 족하다.
그리고 공통된 요건으로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때만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 수사 당국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도 바로 신상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신상공개위원회에서 신상 공개 결정이 나야 비로소 수사기관은 일반 대중에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한다. 오직 이름, 나이, 그리고 사진만이 공개된다. 이마저도 고유정 사건에선 그가 소위 ‘커튼 머리’를 하고 나오는 바람에, 또 다른 사건에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실제 얼굴이 담긴 머그샷이 아니라 보정된 사진이 공개됐다.
피해자의 인권>가해자의 인권
이러한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다. 신상공개제도는 인권적 측면에서 피의자에게 치명적인 낙인을 찍을 수 있으며, 법리적 측면에선 무죄추정원칙에 반하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상공개제도는 대중의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신상 공개는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가해자의 인권만큼이나 피해자의 인권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1980~1990년대엔 군사정권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었다. 국가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을 폭도로 몰았다. 당시에는 민주화를 위해 저항한 시민이 무고하게 피의자로 몰린 경우가 많아 피의자의 인권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가진 사례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신상 공개와 관련해 일어난 2020년대의 강력 범죄에는 분명한 피해자가 있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을 마치고 귀가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백화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도심에서, 쉼을 충전하는 공원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시민이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우리를 살해한 피의자 인권만 중요하고, 우리의 인권은 없단 말인가? 2023년엔 피해자의 인권을 가해자의 인권보다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현 신상공개제도는 절대 피의자에게 치명적인 낙인을 찍지 않도록 요건을 두고 있다. 즉 신상 공개를 하려면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신상 공개된 사건은 모두 명확한 증거가 있는 사건이다. 최근 발생한 신림동 흉기 살인 사건을 살펴보자. 피의자인 조선의 범행 모습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혀 있다. 또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역시 CCTV에 최원종의 범행 모습이 드러난다. 어떤 법원도 피의자 조선과 최원종이 범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낙인을 찍는다는 것은 죄없는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할 때 쓰는 표현이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하는 것은 낙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리적 측면에서도 무죄추정에 반할 일도 없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 예방에 효과 큰 신상 공개
신상공개제도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 대해 신상 공개를 할 땐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에 지대한 효과가 있다. 성폭력 범죄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 이용 장소 침입 행위,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 등이 포함된다. 성폭력처벌법상 신상 공개 요건은 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즉 성폭력 범죄의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신상 공개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앞서 예시한 범죄에 대해 신상 공개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법적으로는 분명히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신상공개제도가 대중의 호기심 충족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선, 만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적 보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했다.
그러므로 신상공개제도는 필요하다. 현재 경찰청 훈령인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의 얼굴을 직접 공개할 때는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영상물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얼굴을 공개할 때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과거의 규정은 삭제됐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은 특정강력범죄 혹은 성폭력 범죄를 범하고 신상 공개 결정이 난 경우엔 검찰청으로 이송할 때 해당 피의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구속 송치되지 않는 경우 현재는 동의를 받아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새로운 입법을 통해 머그샷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피의자의 자녀에 대한 2차 가해는 막아야
결론적으로 신상공개제도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낙인을 찍는 제도가 아니다. 또한 무죄추정에도 반하지 않고, 성폭력 범죄에 대해선 분명히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대중의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만도 절대 아니다. 신상공개는 신속하게 그리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신상 공개를 고려할 때 신상공개위원회가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사정이 있다. 신상 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자녀에 대한 2차 가해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미성년 자녀인 경우 부모의 범죄를 막아야 할 보증인적 지위도 없다. 그래서 부모의 신상 공개로 자녀의 삶이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출생 후 출생 신고하지 않은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수원 영아 살인 사건에서 친모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미성년 자녀가 있었기 때문이다.